독서토론- 모래의여자
20년12월27일토론/독서중님선정/다같이발제
이 책은 <벌이 없으면 도망가는 재미도 없다>
라는 다소 난해하고 의미심장한 문장으로 시작합니다.줄거리를 요약해보면, 한 남자가 곤충채집 목적으로 해안가를 여행갔다가 연락두절이 되자 아내가 신고하고 실종신고가 되고 7년이지나도록 연락이없자 사망선고 처리가 되는데요.그 7년 동안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1.처음부터 끝까지 본 후 <벌이 없으면 도망가는 재미도 없다> 는 무엇을 뜻하는 것 같은지
각자 느낀대로 얘기해주세요 (질문자:캣츠아이)
곰곰님-저는 줄거리만 보고 느낀거지만,뭔가 목표나 나아질거라는 희망이 없으면
상황에 순응하며 살아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독서중님-속박하는 것이 있어야 오히려 인생을 살 만하다는 느낌을 갖는다는
뜻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벌이 없다는 것은 자유를 의미 하는데,
자유속에서 도망은 더 이상 도망이 아니게 됩니다. 당연히 재미도 없겠지요.
결국 인생에 활력을 느끼려면 어느정도의 억압은 필요한건가? 하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피치님-이 책은 노동을 주로 다뤘고 책의 처음에 대두된 문장인만큼 노동의 입장으로 바라봤어요.벌은 노동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생각했고 도망가는 재미는 인생을 의미있게 살아간다는 거로 느꼈어요.독서중님 의견이랑 비슷한거 같아요.
캣츠아이-남자가 사다리가 없어 모래벽을 타고가지 못하자,여자에게 화를 풀려다 상대도 그것을 기다리는걸 알고 그만두면서 '벌이란 죄값을 치뤘다고 인정하는 행위나 다름없으니까'란 문장이 등장하는데 여기서도 벌이나옵니다. 여기서 벌은 잘못자체에 응징하는 사전적 의미 그대로를 의미하는 거라 위에 문장과는 다르다고 볼수도 있지만,넓은 의미에서는 같다고 생각합니다.여자는 이미 순응한건지,그 모래바람이 가득한 곳에서 딱히 도망칠 생각도 하지않죠.
주인공도 그렇게 탈출을 염원했지만 마지막엔 탈출을 할 수 있었음에도 유수장치를 발견하고
그걸 아무에게도 얘기를 하지 못했다라는 표면상의 이유를 만들고서 탈출하지 않죠.
자신의 아이까지 가진 여자와 정이 들어서인지 (소설속 묘사를 보면 사랑까진 아닌거 같습니다) 반년넘게 지내며 모래퍼내는 삶에 순응한건지 모르지만(아마 여자도 같은과정을 반복하지 않았을까요?) 결국 탈출하고 싶은 생각이=도망가는 재미, 벌=탈출을 막는 부락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다들 다르면서도 비슷한 의견같네요.
각자 의견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얘기나누고 덧붙일 말이 없다면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독서중님-궁금한게 여자는 왜 탈출하지 않았을까요? 공동체 집단의 일원이라고 생각해서 저버릴수없어서가 큰걸까요? 여자 혼자 모래를 매일 퍼내고 하기엔 엄청 고됐을거같아서 저같으면 탈출하고 싶었을텐데ㅠ
캣츠아이-아마 처음엔 탈출을 시도하지않았을까요? 그러다가 스톡홀름 증후군처럼 그곳에 순응하게되는...그랬을것 같아요.
곰곰님-여자도 남자주인공과 비슷한 과정을 겪지 않았을까 싶네요
어피치님-남자가 밖에서 좋았지 않았냐는 말로 물었는데 여자는 끔찍하도록 걸었다, 이곳에 올 때까지 애를 안고 오래오래...걷는데 지쳤다 로 대답했었던걸 보아 다양한 억압에서 벗어나 도피처로 단순 억압만 받는 모래로 도피한거같아요
곰곰님-아 오히려 현실에서 도피한 것일 수도 있겠네요
어피치님-이것저것 변화에 치이는거보다 차라리 모래에게만 치이고싶다는..?
곰곰님-더 지옥이 있다는 것을 아니까
독서중님-원래 살고있는 부락이 아니라 다들 도피해서 마을을 이룬 것이었나요?
어피치님-전 원래 부락에 여자랑 남자만 들어온거로 이해하고있었어요...!
캣츠아이-저도 도피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뭐 사채업자한테 쫓긴다거나 집안사정이 막장이라 나왔는데 책에서 명쾌하게 해답을 주지않다보니 해석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것 같아요.
탈출할 수 없는 곳을 발견해서 거기서 계속 살게된...
1번 발제에 벌이없으면 도망가는 재미도 없다의 각자 정의를
곰곰님께서는 <목표나 나아질거라는 희망이 없으면,순응하며 살아간다>
독서중님께서는 <속박하는 것이 있어야 인생이 살만하다>
어피치님께서는 <벌=노동할수 밖에 없는 현실 / 도망가는재미= 인생의 의미>
저는 <벌=탈출하고싶은 생각 / 도망가는재미= 탈출을막는 부락사람들> 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저는 독서중님이랑 비슷한 의견인것 같아요.
2.남자는 탈출을 시도하다가 끝에는 기회가 있는데도 필사적으로 탈출하려는 것이 아니라 급히 생각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안주하겠다는 듯한 어투로 책이 끝납니다. 본인의 원 아내가 있는데 도 말이에요. 원 아내가 보고싶지 않을까요? 남자는 어떤 마음 때문에 자신이 살던곳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고 더이상 사막에서 간절하게 탈출하려고 하지 않게 된걸까요? (질문자:독서중)
독서중님- 거기서 생활하는 것에 적응이 되었고, 다시 돌아가는 것보다 거기서 사는게 더 익숙하기 때문에, 그리고 적응되다보니 오히려 본인의 삶이 회색 인간들과 섞여사는 일반 삶보다 사막에서 하루하루 집중하며 모래파내는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에 익숙해져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하루하루 매일 모래를 파내더라도 그 하루하루에 집중할 수 있고.처음에는 남자가 전혀 이해되지 않았으나 계속 생각을 해보니 저도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상적으로는 바로 탈출해야 정상이지만, 사막에서의 삶은 익숙해졌고 회색인간들이 섞인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은 것이죠. 오히려 그 사막에서 사는 것이 자신에게 더 익숙하고 낫기 때문에 남자는 그런 삶을 선택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피치님- 남자는 실제로 현실에 신물이 많이 난 사람으로 나옵니다. 동료 선생들을 회색으로 비유하는거처럼요. 원 아내와의 관계에서 성병 등이 안좋게 작용해 실증이 난 상태라고 생각했고요.
남자는 적응의 2단계를 완벽히 거칩니다. 자기 자신을 환경에 적응시키는 소극적 적응으로는 모래를 대처하는 갖가지 묘사들에서 볼 수 있고 적극적 적응으로는 가장 불편해했던 물을 발명품을 만듦으로써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환경적 요인들을 간접적으로나마 변화시킨거라고 생각했어요. 세상에 적응을 못했는데 이 단순노동의 사회에 적응을 했기에 탈출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캣츠아이- 저는 아까도 썼지만, 일단 책에서 나오는 묘사를 보아 아내랑은 사랑이아닌 서로 비즈니스 관계비슷했던 것 같고요. (아내와 나누는 사랑묘사와 여자와 나누는 사랑묘사가 교차되면서 나오는데,아내와 나누는 사랑은 뭔가 서로 사랑없이 나누는 의미없는 관계에 불과해보였어요.) 그렇기 때문에 돌아갈 이유가 아내가 되진 않았던것같고, 세계에 이름을 날릴 목적으로 곤충채집을 나서서 사실 이름을 날릴려면 바로 탈출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죠. 결국 남자의 이름은 세상에서 지워지게 되고... 어쩌면 남자는 처음부터 그걸 바랐는지도 몰라요.세속적인삶에 내심 많이 지쳐있었고,도망갈곳이 필요했고 밖에선 뭔가 해내지않으면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지만 여기선 모래퍼내는것만으로 필요한 인간이 되니까요.
곰곰님-단 사흘간의 휴가로 세계에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욕망으로 도피해버린 것을 보면,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건 모래의 여자와 비슷해보이네요. 그러면서 자기가 무언가 만든 것을 자신을 억압한 존재에게 알리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면,,이 사람은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니었을까...짧은 생각을 덧붙입니다
자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받는게 의외로 강한 자극이 되는 것 같아요. 회사든 인간관계든...;;;
캣츠아이-맞아요...그래서 쓸모없는 인간이라 생각되면 바로 자괴감이 들고 그것때문에 마음아픈 사람들이 많죠.3번질문과도 이어지는것 같네요.
결국 2번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지배적인것 같아요.
3.내 자신이 내 존재의 의미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끝부분 역자 해설에 나와있는 부분입니다) (질문자:독서중)
캣츠아이-저는 이런 철학적인 질문이 항상 제일 어려운것 같아요ㅠ_ㅠ
어피치님-저도요....쉽게 답하기 어려워요
독서중님-저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다른사람들의 의견이 궁금해서 여쭸어요ㅠㅠ
캣츠아이-생각해봤는데 이건 본인이 삶의가치를 어떤식으로 정하냐에 따라 다를것 같아요. 남자처럼 이름을 남긴다-역사에 남는다- 라는걸로 존재가치를 두느냐, 그냥 평범한 하루하루를 평탄하게 잘 사는것 자체로 존재가치를 두느냐....등
곰곰님-다른 삶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마주하고 살아감의 이유를 스스로 찾고 행하는 것?..
독서중님-저도 곰곰님이랑 비슷한것같아요!
어피치님-전 좀 단편적이긴 하지만 곤충의 새로운 학명에 자기 자신의 이름을 넣어 증명하려는 태도보단 자신의 이름을 자신의 삶으로써 알리자는 의미에서의 '내 자신이 내 존재의 의미가 된다'라고 생각드네요.회색 인간들이 부러워한 빨강, 파랑 등의 인간들을내 자신이 내 존재의 의미가 된 예로 생각했어요
좋아요. 존재의 의미는 언제 물어도 심오한것 같아요. 다들 다양한 의견 감사합니다.
4, 5번 이야기 하다보면 또 생각나는게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
4.남자가 탈출을 그만두고 순응한 것은 비단 책뿐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볼수있는 일입니다. 현실을 도피하고 세상을 보려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잘못됐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단 우리는 남의 일에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는 도덕적 잣대는 대지 않고요) (질문자:어피치) 남자에게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 와도 비슷한 질문이에요
캣츠아이-저는 책임져야 할것에 대해 달라지는것 같아요.물론 남이 인생을 어떻게 살든 알바 아니긴 하지만,그래도 책임져야 할 것 이 있다면 도피가 답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특히 남자는 가정이 있었으니.... 그래서 남자를 더 이해할 수 없었던것 같아요.
독서중님-잘못됐다 라기보다는 미성숙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도피하고 외면하는건 좋은점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다른 방향으로 가서 자신이 행복하면 된거지만, 도피하고 외면해도 그 생활도 행복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요..
합리화한 후 도피는 좋은 점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ㅠㅠ
곰곰님-저는 좀 이것저것 다양한 것들이 떠오르는데요, 지금은 유투버로 조금은 갈리긴 했지만 사회가 무언가 도전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공무원 같이 안정적인 길로만 가게 하는 것 = 어쩔 수 없는 순응의 모습인 것 같기도 하고...
이 외에 의견도 주셨으나 개인적인 얘기라 스킵
어피치님-전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세상을 다채롭고 의미있게 살려면 자신의 시야도 다채롭고 깊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도피한다면 안주할 수 있겠지만 지금 저희에게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지 못한 거라고 생각해요. 벌이 없으면 도망치는 재미도 없다는 말과 같이 도피에서 벗어나 벌을 달게 받아야만 재밌게 살아갈 수 있지 않나 싶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당.요새 많이 고민하던 주제인데 고견들 감사히 읽어볼게요~
캣츠아이-이번질문도 다양한 의견을 볼 수 있어서 좋네요. 결국 자신의 상황에따라 이번 질문에 답이 달라질 수 있는것 같아요. 물론 대입하냐 대입하지 않느냐에 따라 또 달라질 수 있고요.
곰곰님-주인공만 두고 보면, 책임져야할 부분들을 모두 무시했으니 저도 좋은 선택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캣츠아이-저와 주변인들의 상황을 보고 얘기하면, 이리저리 복잡하게 얽힌 감정들과 상황들을 아니 잘못되지 않았다란 쉴드를 칠 수 있겠지만 책 속의 주인공은 먼발치에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으니 잘못됐다라고 딱 말할 수 있을것 같아요.
곰곰님-다들 조금씩은 그런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정말 한 번도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누구 도움으로 상황을 벗어나야지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작년부터는 로또가 되고싶더라구요..
(이외에 나눈 사담들 스킵)
넵 다들 로또1등 되길 기원하면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5.마지막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나 구절을 얘기해주세요 (공통질문)
캣츠아이- (맨 처음 위 슬라이드쇼 참고.사진이 안옮겨짐)
어피치님-
독서중님-인상에 남는 구절은 1% 정신분열증 1%백치 하다보면 100%의 사람이 비정상적이게 된다고? 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담이지만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혹시 정신분열증이 있나? 하고 생각해서 책을다읽고 찾아봤지만 정신분열증은 아니었네요ㅎㅎ
캣츠아이-고전문학이 불편한 부분도 많지만 확실히 다양한 얘기 나눌 수 있는 부분이 많은것 같아요. 인상에 남는 구절도 다들 다른거 보면요
어피치님-맞아요..불편한 부분은 수두룩했지만 그만큼 여운도 많이 남았어요
캣츠아이-그래서 비판적 독서라는 말도 있나봐요ㅋㅋㅋ
어피치님-ㅋㅋㅋㅋ가져갈건 가져가고 거를건 거르고
곰곰님-독서모임 오래한 지인에게 들어보니, 좋은책은 좋은책대로 할 이야기가 많고, 별로인 책도 그만큼 할 이야기가 많아져서 재밌다고 ㅎㅎ
캣츠아이-맞아요.그게 또 토론의 힘인것 같아요.
어피치님-<여기>란 모래 구멍 속 세계를 뜻하지 않는다.
<여가>는 그 안에 있으면서 밖을 동경하고, 동경을 찾아 안을 버리면 그 밖이 다시 안이 되는 공간, 즉 뫼비우스의 띠처럼 안과 밖이 없는 공간이다.
캣츠아이님 구절인데 정말 좋네요.
캣츠아이-끝부분에 역자해설이 가끔 책구절보다 더 좋을때도 있더라구요
어피치님-해석을 확장시켜줘서 좋아요
이외에 제목에 대한 토론도 더 나눴으나 오늘 기록은 여기서 마무리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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